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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복의 전통성은 유지하면서 또 현대 감각에 맞게 발전시켜야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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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1-26 | 조회수 | 5478 |
한복의 전통성은 유지하면서 또 현대 감각에 맞게 발전시켜야죠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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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한복의 명인이자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를 대표하는 김혜순 교수와 ‘20세기 패션사’ 강의를 맡고 있는 정민경 교수를 함께 만났다. 이 두 사람 사이는 조금 각별하다. 엄마와 딸, 그리고 스승과 제자이기에 아주 가깝지만 또 참 어려운 사이가 아닐까 싶다.
34년간 ‘한복’ 한 길을 걸어온 김혜순 교수와 한복, 패션의 길을 걸어갈 정민경 교수. 두 사람은 2015년 12월, ‘패션 컬러링북 한복(알에이치코리아)’을 공동 출간했다. 컬러링북을 출간하게 된 배경부터 한복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오프라인 강의를 8년정도 했었는데,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는 서로 장단점이 있어요. 오프라인 강의는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재미있게,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영상을 통해 남게 되고, 학생들이 반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책임감이 생겨요. 오프라인 강의는 학생들 눈을 보면서 소통할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렌즈를 통해 소통하니까 그런 부분도 차이가 있지요. 학생들은 일을 하는 등 각각의 다른 상황 속에서 제 강의를 듣게 되고, 또 여러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으니까 그 때마다 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 더 신중해지게 되더라고요. 농담을 조금 보태서 오프라인 강의보다 사이버대학교 강의가 열 배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또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학생들을 ‘일대 다(多)’로 만나지만 온라인 강의는 ‘일대 일’로 마주하게 되지요. 그래서 온라인 강의를 하지만 늘 학생들과 함께 만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학생들이 만남을 원한다면 언제든 열려있는 공간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순한복’도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고요.
어려운 점은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부분이에요. 오프라인에서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반복된 이야기를 피해야 하니 신중해지고 굉장히 딱딱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들을 덧붙여서 이런 딱딱함을 피해보고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도 사이버대학교 강의는 참 보람이 있어요. 오프라인에서는 제가 한 말들이 연기처럼 사라지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남으니까요. 학생들은 그 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스스로 제대로 익히고 이해할 때까지 보고 듣지요. 그래서 오히려 단편적인 오프라인 강의보다 ‘살아 있는 강의’가 사이버대학교 강의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온라인 강의가 몸에 익어서 오프라인 강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전 처음 한국복식과학학과를 만든 초창기 멤버였어요. ‘복식과학’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 때부터 함께 했지요. 저는 사이버대학교에 ‘한복’을 다루는 학과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설득했죠. 처음에는 반대가 만만치 않았어요. 한복만 가지고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거였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한복만이 아니라 규방공예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넣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제가 열심히 한다면 학과도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또 그 뒤에서 학과장인 지수현 교수님께서 워낙에 열심히 해 주셨기에 한국복식과학학과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겠지요.
한국복식과학학과 설립 초창기에는 강의 촬영 등 전반에 모두 참여 했었어요. 그러다 중간에 일이 많아지면서 못하게 됐지만요. 다시 이렇게 학생들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참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복을 정말 좋아했어요. 한복을 입는다는 게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어요.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늘 한복을 가까이했어요. 색동저고리를 입고 찍은 사진도 있고, 언제나 설빔을 입었었고요. 그 때는 다 그랬어요. 옷을 정말 좋아했지요. 특히 옷의 다양한 색깔들을 보는 게 참 좋았어요. 사실 당시는 한복이 많이 사라지고 서양 의복으로 변해가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복을 좋아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한 후에 두 분께서 돌아가셨는데, 그 때까지 두 분 모두 한복만 입고 생활하셨으니까요. 자연스럽게 한복을 접하는 환경이 됐던 거죠. 할머니께서 옷감을 짜고 짓는 것을 늘 옆에서 보아왔지요. 집에서 옷감도 염색하고요.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할머니를 따라서 시장에 물감을 사러 갈 때가 제일 기억이 나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 때는 물감을 포대 같은 데 담아줬어요. 그렇게 집으로 온 후에는 물들이는 날만 기다렸어요. 물을 들일 때는 참 따뜻한 날에만 했었지요. 화사하게 물들인 옷감에 햇살이 어우러지던 그 풍경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또 할머니께서 워낙에 바느질을 잘 하셨기도 하고요. 풀 먹이고, 다듬이질 하고······. 할머니께서 심부름 시키면 어린 마음에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다 오늘의 나를 위한 연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생각은 현재도 마찬가지에요. 지금의 모든 과정들이 미래를 위한, 결코 헛되지 않은 소중한 밑바탕이라는 믿음이 있지요.
사실 처음 전공은 동양화였어요. 그런데 결혼 후, 한국인형 연구가로 익히 알려져 있는 외삼촌(허영)의 권유로 한복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한복을 막연하게 좋아했다면 외삼촌의 권유로 본격적인 한복 연구를 시작한 거지요.
그 당시에는 한복을 한다고 해서 이름이 알려지거나 하는 시절이 아니었어요. 시대적으로 한복을 많이 입던 시기였고, 사람들에게 한복을 예쁘게 입혀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묵묵히 일만 했지. 그런데 벌써 34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네요. (웃음)

내 인생이에요. 새벽 5시에 눈을 떠서 밤늦게 집에 갈 때까지 모든 것이 다 ‘한복’과 관련된 일만 하니까요. 내 인생이고 내 모든 것이죠.
외삼촌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왕 시작하기로 했으면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진짜 열심히 했어요. 내 길을 묵묵히 걸어 오다보니 지금이 있고, 그게 내 인생이 되어 있더라. 지난해 출간한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한 가지 생각’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정말 너희들 이것을 입느냐’고 물어보거든요. 비슷한 패션은 많이 봤지만 한복과 같은 옷은 처음 봤다는 거죠. 한복은 색감이 곱고 소재부터가 독특하니까요. 그러면서 ‘왜 한복을 안 입느냐’고 다시 물어봐요. 그럼 이렇게 대답하죠. ‘예복처럼 집에 하나씩 간직하는 것이다.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의미로 한국 사람들은 한복을 좋아한다’고 말이에요. 그럼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고 말하죠. 한복을 한국 사람들이 왜 입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한복의 가치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만큼 우리 한국인의 자부심도 커져가는 것이니 끊임없이 해외에 한복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복을 일상복이 아니라 특별한 날 입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뒤에서 받쳐주는 조연이 되었죠. 예전에는 행사 때 웬만하면 다 한복을 입었거든요.
그래도 요즘 한복에 대한 관심이 조금 늘어났어요. 젊은 사람들이 한복을 현대감각에 맞춰서 하는 쇼핑몰도 늘어났고요. 물론 단발적이겠지만요. 저는 이런 흐름들이 어느 하나로 정형화돼서 정착되는 것은 곤란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트렌드에 맞춰 변형된 한복들은 기존 한복의 고운 맵시나 전통성을 따라올 수는 없죠.

음, 그냥 시기적으로 그런 시기라고 생각해요. 기다리는 거죠. 한복이 더욱 활성화되는 시기를 말이에요. 우리 세대가 못 하면 다음 세대가 하면 되고. 저는 굳이 무엇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하진 않아요. 단지 내 소신껏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지요. 그 다음은 그 다음 세대의 숙제이겠지요.

남녀노소를 떠나서 요즘은 읽는 것보다는 시각적인 것, 보는 것이 더 주목받고 있지요. 컬러링북도 그런 유행 중의 하나이고요. 저는 색감, 색깔을 가지고 노는 걸 참 좋아해요. 그래서 컬러링북을 봤을 때 정말 기뻤죠. 정말 기분이 좋고 재미있더라고요. 마치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종이인형을 다시 만난 것 같았어요. 인형 옷에 색을 칠해서 입혀주는 그런 놀이 아시죠? 컬러링북은 옛날의 색칠 놀이 문화가 다시 살아난 거라고 볼 수도 있지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정말 기분 좋잖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복’으로 컬러링북을 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자신이 입고 싶은 한복을 색칠하고 표현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한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딸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컬러링북 작업을 하게 됐어요.
현재 출간된 컬러링북은 조선시대 옷을 중심으로 했고, 곧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컬러링북을 출간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저는 딸 정민경 박사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한복을 바로 배우는 것보다 서양복식을 먼저 배우는 게 좋겠다고요. 저는 동양복식을 먼저 배운 후에 서양복식을 배웠거든요. 그런데 그 순서를 달리해서 배워보면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랬더니 역시나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보는 관점이나 시각, 초점이 다르더라고요. 나는 패턴이나 색감을 먼저 보는 반면에 정민경 박사는 디테일한 부분을 먼저 보고 색감을 보더라고요. 그래서 늘 같은 것을 보는데도 궁금한 점이 틀려요. 둘이 서로 다르게 보게 되니까 분석도 빠르고 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복의 맥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당연히 시대적으로 변화는 있어야 하겠죠. 저는 전통을 고수하고 정진해 왔다면, 정민경 박사는 거기에 하나 더 얹어서 한복을 세계화시키고 현대화하는 일도 맡게 되겠죠. 사실 세계화라고 하지만, 우리가 우리 것만 잘 지키면 세계화는 되지 말라고 해도 되는 것이니까요. 나만 열심히 하면 주변에서 궁금해서 다가오게 되거든요.
또 지금 정민경 박사는 ‘신한복’ 쪽에도 포커싱을 두고 있어요. 전통을 고수하는 반면에 또 현대에 맞춘 변화도 중요하니까요.

‘한복’에 대한 인식이 많이 현대화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가장 먼저 소재가 다양해져야 하고, 패턴 역시 옛날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다양한 변화가 이뤄져야 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변화는 오히려 국적도 없는 옷이 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죠. 적절한 선은 지키면서 기존 한복의 불편한 부분을 개선해나간다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과 전통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고 할까요.
사실 개화기 때 한복을 보면 정말 예쁘거든요. 거추장스러운 부분들을 제거해서 간편하게 입었었거든요. 그 때 옷들이 간편하고 굉장히 발랄하거든요.

한복을 만들 때 ‘한 벌의 옷을 판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어요. 그 정신이란 우리 문화에 대한 생각이죠. 그것이 우리가 한복을 입는 이유이자 가치라고 생각해요. 일회성으로 입고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평생을 입어도 되는 그런 옷이요. 간직하고 싶은 그런 옷이었으면 좋겠어요.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힘이 되는 옷 말입니다.

제 좌우명은 한 마디로 ‘이 길을 걸어가련다’라고 요약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 한복의 한 길을 꾸준히 해 왔으니까요.
또 앞으로 이 길을 가는 데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후학양성이라고 생각해요. 시골에는 아직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지 못하고 크는 경우가 많아요. 제 남은 에너지를 그 곳의 꿈 많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난해 전남 순천 청암고등학교에 디자인 스쿨 ‘예정관’도 세우게 됐고요. 토요일마다 예정관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오는데, 아이들이 한복에 관심이 참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저도 덩달아 힘이 나고요.
지금까지가 큰 과도기라고 본다면, 앞으로는 이제 우리의 혼을 찾아간다고 할까요. 그런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어요. 우리의 것, 우리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는 건 이미 반 이상은 전진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유네스코에서 문화알리미의 일환으로 패션쇼를 추진 중입니다. 4~5월 중에 이뤄질 것 같아요.
또 올해 가을까지 목표가 하나 있어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김혜순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예요. 천 명을 예약 받아서요. 제 옷을 입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입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우리 한복의 정체성을 찾자’는 슬로건을 가지고 순천 갈대밭에서 어울림 마당, 화합의 장을 가지려고 합니다.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자신 있어요. 내가 또 마음 먹으면 확실하게 실현해버리니까.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여건에 상관없이 오직 그것만 생각하거든요. 안 되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요.
판매 후 이익금은 교육 기부사업에 사용할 생각이에요. 도와주고 싶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정말 안 보이는 곳에서 어렵게 크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온라인 강의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저는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카메라만 보고 이야기해야 하니까 조금 긴장이 되더라고요. 수업이라는 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 소통하는 것인데, 온라인 강의는 소통을 인터넷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게 조금 다르게 와 닿았어요. 그래도 촬영하다보니 편안해져서 학생분들과 이야기하듯이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20세기 패션사만 따로 배우는 사례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변화가 많았던 20세기의 패션을 놓치고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사실 우리가 입고 다니는 모든 옷들이 20세기의 옷들이거든요. 한국에서는 한복을 입고, 또 서양에서는 드레스를 입고 다녔는데 20세기, 그 한 세기 동안 굉장히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어요. 그래서 서양복식 패션디자인과 학생들도 20세기 패션사를 굉장히 재미있게 들어요. 그리고 우리가 접해봤던 옷에 대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배울 수 있죠. 저는 이번 강의가 굉장히 재미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 역시 무척 좋아하는 수업이기도 하고요.

한복이 전통적인 면도 있지만, 또 전통과 현대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한복도 많이 찾는 추세잖아요. 전통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현대에 입을 수 있는 모던한 스타일을 많이 찾죠. 하지만 단순하게 한복의 그 모던한 스타일만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20세기 패션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따라 패션에 어떤 흐름이 있었고, 패턴의 흐름은 어땠는지 공부하다보면 한복의 현대화를 시키는 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 음악을 전공했었어요. 거문고로 석사까지 했죠. 하지만 음악 전공이 한복과 아주 동떨어지진 않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어머니께서 한복을 하다 보니 주변에 음악 하는 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거문고나 음악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웠다고 할까요.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판소리며 거문고를 배웠어요. 제가 미술보다는 음악에 더 재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재능이 있는 음악을 택했었던 거죠. 하지만 디자인 분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작은 사고로 팔을 조금 다치면서 악기 다루기가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그럼 디자인을 공부해 보자’ 하고 결심한 거죠. 어릴 때부터 늘 지켜봐왔고 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으니까요. 또 음악은 앞으로 얼마든지 취미로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다시 대학교에 편입해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탈리아로 가서 공부하고 다녀왔어요. 저는 서양패션을 공부했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께서 ‘한복을 잘 알려면 서양 패션도 잘 알아야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알려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서양복식을 충분히 공부하고 오면 그 때 한복에 대해서 알려주겠다고요. 그래서 서양복식사를 전공했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라는 말보다 일을 할 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편안해요. 선생님은 제가 능력이 되지 않는데 ‘하고 싶다’고 해서 절대로 주실 분이 아니에요. 제 어머니이지만 정말 완고하고 확고한 부분이 있으시거든요.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는 늘 선생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살았던 사람이에요. 패션을 공부하기 전 음악을 공부할 때도 늘 선생님 곁에 있었고요. 그래서 뭘 원하시는지를 가장 잘 캐치할 수 있죠. 단순히 현재 무엇을 원하시는지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복을 어떻게 발전시키기를 원하시는지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하겠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한복의 맥을 이어서 세계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나가야겠지요. 요즘 젊은 친구들의 한복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전통을 잊지 않으면서 어떻게 더 현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선생님의 뜻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사실 저는 정말 많이 부족해요. 따라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선생님께서는 계속 한 길을 걸어오셨잖아요. 저는 호기심이 편인데,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데 조금 길을 돌아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돌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제가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고요. 그래서 한 길을 꾸준히 해 오신 선생님을 따라갈 순 없지만 제 나름대로 또 제 길을 만들어 가야겠지요.

세계에 전통의상을 가진 나라가 몇 되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전통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전통을 자꾸 깨려고 하지 말고, 전통은 전통대로 남겨 두고, 또 한편으로는 충분히 현대화 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현재 진행 중인 ‘신한복’ 프로젝트처럼 기존의 한복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한복을 입을 수 있다는 거죠. 우리의 전통 한복은 그대로 두되 쉽게 접근하고 쉽게 입을 수 있는 ‘신한복’도 있다는 관점으로 따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일본에서는 ‘기모노’와 ‘유카타’가 있듯이 우리에겐 ‘한복’과 ‘신한복’이 있는 거지요.
전통 한복을 자꾸 변형시켜서 ‘이것이 새로운 한복이다, 트렌디한 한복이다’라고 심어줄 것이 아니라 전통 한복은 전통 한복대로, 신한복은 신한복대로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갖추는 자리나 중요한 예식에서는 우리 전통적인 한복을 입고, 평상 시 편안한 자리를 갈 때나 외국인을 만나는 자리에는 신한복을 통해서 우리 한복을 보여주고요. 이렇게 병행을 하면서 과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모던한 한복을 탄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는 꼭 같이 가야 해요. 전통이 없어져버리면 신한복이랄 게 없죠. 그냥 새로운 한복일 뿐이죠. 전통이 없다는 것은 의미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생님께서 컬러링북을 정말 좋아하세요. 바빠서 색을 칠하진 못할지언정 서점에서 매번 사 오시거든요. 그리고 ‘예쁘지 않니’하면서 저에게 보여주시곤 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영화 광해에서 이병헌 씨와 한효주 씨 의상을 선생님께서 하셨는데, 당시 급하게 요청이 오면서 먼저 스타일링 일러스트를 보고 싶다고 의뢰가 왔어요.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게 됐고요. 이전에는 서양복식의 일러스트만 그렸지 한복 일러스트는 잘 그리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린 한복 일러스트를 보고 선생님께서 컬러링북을 제안하셨어요. 왕과 왕비의 한복, 황진이 한복 등 여러 가지를 넣어서 컬러링북을 만들면 좋겠다고요.
살짝 밝히자면 선생님과의 작업은 사실 녹록친 않았어요. (웃음) 선생님께서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 결과물을 빨리 봐야 하는 스타일이시거든요.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선생님께서 진행하셨던 패션쇼나 화보를 다시 찾아보고 되돌아보면서 제가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도 됐고. 그래서 참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또 김혜순 선생님의 한복에 대한 취향이나 스타일을 컬러링북을 통해 남겨 놓을 수도 있으니까 더 의미가 크죠.

좀 쉬셨으면 좋겠어요. 쉬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쉬는 것이라고 해봐야 나무나 꽃을 보는 정도라고 할까요? 누워계시거나 가만히 계신 걸 뵌 적이 별로 없었어요.
자연에서 많이 영감을 얻으려고 하시는 편이라 지방을 자주 가시거든요. 그래도 주말에는 조금 쉬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20~30년은 더 후배들의 앞에서, 또 뒤에서 계속 알려주셔야 할 것이 많은데, 그러려면 건강하셔야 하니까요. 건강하게 오래 뵙고 싶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좀 쉬는 시간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 박사 논문 주제가 한복 세계화를 위한 ‘한드레스’였어요. 한드레스가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반응이 좋아요. 외국에서 파티를 할 때 제게 대여해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저는 그 분야를 조금 더 연구해 보고 싶어요. 연구하고 발전시키다보면 해외 초청 패션쇼 기회도 생길 수 있고요. 우리 전통은 선생님께서 많이 가지고 가서 보여주셨잖아요. 전통이 기반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이지만, 저는 그런 한복이라는 한국의 옷이 변화해서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각국에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한복을 사랑하지 않는 한국인이 누가 있을까. 두 사람의 노력만큼 한복이 국내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한복의 맵시 하나하나에 깃든 정신이 곧 우리의 자화상이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소중한 유산임을 우리 스스로가 잊지 않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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