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 대나무의 지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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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07-21 | 조회수 | 4169 |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 대나무의 지혜
글 · 사진 |최윤희 교수 / 원광디지털대학교 웰빙문화대학원 자연건강학과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곧고 속이 비었으되 사시(四時)에 푸르다며 대나무를 칭송하였다. 윤선도가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라고 한 구절의 속뜻이야 어떻든 대나무가 나무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벼과(禾本科. Gramineae)에 속하는 풀이라는 약용식물학 개념을 시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산림과학원에서 펴낸 <대나무의 모든 것>이라는 연구신서에 의하면 대나무는 지리적으로 북위 51°에서 남위 47° 범위에 분포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는 1,100~1,500여중이 있으며 그 중 600여종이 아시아에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죽종은 왕죽(苦竹. 늦죽. Phyllostachys bambusoides Sieb. et Zucc.), 담죽(솜대, 粉竹. Phyllostachys nigra var. henonis Stapf ex. Rendle), 맹종죽(母竹. 죽순대. Phyllostachys pubescens (Mazel) Ohwi)이고 그 외 조릿대, 이대, 해장죽 등이 일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나무의 종류는 많지만 약용으로 쓰는 것은 근죽(䈽竹), 담죽(淡竹), 고죽(苦竹) 세 가지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도홍경의 말을 인용해 수록하고 있다. 다만,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근죽(䈽竹)을 왕대, 담죽(淡竹)을 솜대, 고죽(苦竹)을 오죽이라고 하고 있어 현대의 학명 분류명과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맹종죽은 죽순을 식용으로 하기 위해 재배되고 있고 유통되는 죽순도 거의 맹종죽이지만 담양사람들은 분죽 즉 담죽(淡竹)의 죽순을 최고로 쳐준다. 약에 넣기 위해 태워서 진액을 받을 때는 담죽(淡竹) 한 품종만 쓴다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소송(蘇頌)의 말을 인용해 수록하고 있다.
대나무는 유교문화권에서 사군자(四君子) 중의 하나로 시문(時文)이나 그림의 소재로 사랑받았지만, 한의학에서는 죽엽(竹葉), 죽여(竹茹), 죽력(竹瀝), 죽실(竹實), 죽근(竹根), 죽순(竹笋), 죽피(竹皮) 등 대나무의 거의 모든 것이 약용자원으로 사용되었다. 죽엽(竹葉)은 심, 폐, 위경으로 귀경해 청열제번(淸熱除煩), 생진이뇨(生津利尿)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열병으로 인한 번갈과 소변단적(小便短赤), 구내염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 죽여(竹茹)는 대나무 속껍질로 외피를 제거한 중간층을 말한다. 폐, 위경으로 귀경하고, 청열화담(淸熱化痰) 효능이 있어 열담(熱痰)으로 인한 기침가래와 담화(膽火)로 인한 경계(驚悸), 불면, 중풍 등에 사용하였다. 죽력(竹瀝)은 대나무를 태워서 나오는 수액(樹液)으로 청열활담(淸熱豁痰), 진경통규(鎭驚通竅) 효능이 있어 담열(痰熱)로 인한 여러 병증에 활용되어 왔다.
죽순은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 채부(菜部)에 기재되어 있는데.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소갈을 멎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번열을 없애고 기를 보한다(性寒, 味甘, 無毒, 止消渴, 利水道, 除煩渴, 益氣)고 기록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효능들에 비추어보면 알 수 있듯이 대나무가 기원이 되는 약재나 식재들은 성질이 모두 차기 때문에 열로 인한 병증에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몸이 찬 사람이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재료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죽순은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해 온 식재료로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죽순보관법과 죽순말리는법, 죽순정과 만드는 법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죽순채나 죽순찜은 매우 친숙한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요즘은 캐닝된 제품들도 많이 나와 죽순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5월 죽순이 올라오는 철에 캐다가 삶을 때 나는 구수한 향을 맡아 본 사람이라면 그 철이면 꼭 생각나게 된다.
죽순들깨탕은 죽순을 이용한 향토음식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고지혈증이나 당뇨 등으로 육식을 제한하는 식단이 필요한 경우 죽순의 차가운 성질을 보완하면서 불포화지방 함유량이 많은 들깨가 좋은 궁합이 된다. 들깨는 본초명을 임자(荏子)라고 하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독이 없다. 하기지소지갈(下氣止嗽止渴), 윤폐보중(潤肺補中), 전정수(塡精髓) 효능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적합할 수 있으므로 약선음식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다만, 죽순에는 시금치나 토란대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수산(oxalic acie) 성분이 많아 요로결석이나 담결석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손질할 때 쌀뜨물에 담가두었다 여러 번 씻어내면 수산도 제거하고 아린 맛도 줄일 수 있다.
죽순들깨탕
<재료 및 분량>
죽순 200g, 표고버섯 3장, 들깨 1컵, 쪽파 다진 것, 국간장 2Ts, 건다시마조각 1장, 소금, 다진마늘, 들기름 적당량.
<만드는 방법>
1.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우려 다시물을 만들어 둔다.
2. 죽순은 생죽순일 경우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식초를 약간 넣고 50분 가량 삶아 낸 후 찬물에 담가두었다 헹궈서 사용한다. 캐닝된 제품을 이용할 경우는 사이사이에 있는 석회를 잘 씻어내고 깨끗이 손질해 삶는다.
3. 2의 죽순을 납작납작하게 빗살무늬를 살려 썰고, 표고버섯도 물에 불려 두었다가 납작하게 썰어 준비한다.
4. 블랜더에 들깨와 소금, 다시마육수 2컵을 넣고 곱게 갈아 들깨국을 만들어 둔다.
5.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먼저 넣고 볶다가 죽순, 표고를 넣고 볶아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여기에 다시마육수 6컵을 붓고 끓이다가 준비한 들깨국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마지막에 쪽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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