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Home > 뉴스센터 > 언론에 비친 WDU 인쇄하기

언론에 비친 WDU

게시글 정보 제공 게시글의 제목, 등록일, 조회수, 첨부파일을 제공합니다.
제목 웰니스문화관광학과 박선후 교수, 제주의소리 기고
첨부파일
    등록된 파일이 없습니다.
등록일 2025-08-22 조회수 26

웰니스문화관광학과 박선후 교수, 제주의소리 기고

2025-08-22

첨부파일 :
    등록된 파일이 없습니다.

광복절에 떠올린 샤리쥔(夏立君)의 『시간의 압력 時間的壓力』



[출처: 제주의소리]


시간은 단순히 모두에게 고르게 흐르지 않는다. 누구에게 시간은 지나치게 무겁고, 누군가에게는 앞을 벽처럼 가로 막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벽 앞에 멈춰 서고, 누군가는 자신을 벽에 던져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낸다. 중국 작가 샤리쥔의 『시간의 압력』은 바로 그 “멈춰 서거나, 던져진 자들”에 대한 연대기이며, 그들의 몸과 마음을 통과한 시간의 곡률에 대한 성찰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시간’이라는 것이 ‘인간을 어떻게 주름지게 하는가’라는 역사 속 ‘인간 존재’의 질문이라고 보았다.


이 책은 500페이지의 부담스러운 양이지만, 매혹적인 제목과 함께 쉰 살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가 약간 윗 연배이지만 동세대인이며, ‘루쉰 문학상’, ‘종산 문학상’등 중국의 주요 산문 문학상을 석권했다는 점, 그리고 동아시아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아홉 명의 명사들의 인물평전이라는 점에 이끌렸다. 책은 엄청난 서사를 다루지만 놀라우리만큼 흡입력을 갖춰서 쉽게 읽혔고, 문체는 중국인 특유의 과장투임에도 간명하지만 생생하고 유려했다. 작가는 따로 설명하지 않지만 읽다 보면 인물들이 연대기순으로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크게는 두 덩어리 또는 두 덩어리 반의 구조적인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고독하거나 독창적인 존재들의 쌍으로 병치된 이야기이고, 2부는 사마천을 중심으로 체제 속 존재의 길항관계를 연동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마지막은 이 글의 또 하나의 시작점과 계기가 되는 제일 젊은 인물에 대한 안타까운 헌사로 마무리한다.


굴원은 이 책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강에 몸을 던진 비극적 인물이다. 조국을 너무 사랑했지만, 외면당하면서 시를 유언처럼 써 내려갔다. 『이소(離騷, 근심을 만난다)』는 국가와 자기에 대한 구애였고,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형벌이며 내면적 충돌이었다. 그가 지닌 근심과 애수, 따스함과 비애, 처절하고 아름다운 혼자만의 노래는 ‘비첩의식(婢妾意識)’의 서정성을 끌어 올려 중국인들의 가장 민감한 신경이 되었다. 조조는 너무 다른 결의 인물이었다. 복잡했던 생존의 시공이 비범한 장력을 가진 조조의 인격과 미적 격식을 만들어 냈다. 난세의 잔혹하고 비정한 지배자로 자기 욕망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유의지’를 자각한 천진한 시인이라는 양면성의 흥미로운 영혼이었다. 도잠(도연명)은 비열한 정치가 수치심을 잃고 모두가 분주함과 화려함으로 치장할 때, 혼자 가장 비천한 면모와 적막함으로 자기를 지켰다. 「귀거래사」, 「도화원기」는 한 그루 나무가 된 자기를 자연화 하였지만, 그 안에 고립된 ‘실존적 자아’의 고통은 숨기지 못했다. 이백은 작가가 ‘홀연(忽然)히 강림했다.’라고 표현하듯이 천재의 다면성과 입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단순 솔직과 퇴폐 혼돈을 오가며 분열적이지만 노을과 이슬만으로도 살아가는, 그래서 그는 시간의 압력도 구속하지 못한 천진한 ‘유희적 존재’가 되었다. 욕망은 넘치나 정치적인 무능과 무지는 이를 바로 눈치챈 당(唐) 현종과의 일화를 통해 우리를 웃게 만든다. 여전히 미성숙한 비첩의식으로 질척거렸지만, ‘자신의 심장을 가슴 밖에 내 건 투명함’ 때문에 작가는 책의 1/3을 할애하며, 천고에 유일무이한 이백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못했다.


2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사마천이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내하면서 자신 영혼의 자서전이자 역사에 『사기(史記)』라는 좌표를 세웠다. 그는 굴복하면서도 굴복하지 않았고, 쓰러지면서도 거세되지 않은 진실의 광채를 기록했다. 시간의 압력이 그를 부쉈지만 동시에 그를 만들었다. 그의 글이 압력에 대한 고발이고, 가장 정밀한 형상화였다. 이사와 상앙은 그 반대편에 있다. 비정하고 각박한 체제를 구축하고 강제한 설계자로 법과 권력의 도구가 되었지만, 결국 그들 또한 그 체제에 의해 파괴된다. 이사는 ‘스스로 정신을 거세한 자’로 친구 한비를 이용하고 죽여서 만고의 재상이 되지만, 다시 환관 조고에게 의해 삼족이 멸해진다. 상앙 역시 그가 만든 ‘불신’의 틀 속에서 절멸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들이 보여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은 음모와 거짓으로 점철되며, ‘악은 더 많은 악으로 덮는다’는 비극 서사의 순환을 극명한 교훈으로 남겼다. 이릉은 흉노에 항복했고 왕이 그를 용납하지 않아 배신자가 되었다. 사마천의 변론은 순진했으며, 그는 국가와 자아 사이에서 침묵을 선택한 희생자가 되었다. 이릉은 사마천의 또 다른 자화상이 되었다.


마지막 하완순은 겨우 열 일곱에 참수된 소년 저항자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일찍 감각했고, 그 감각은 살아내기에 너무 뜨거웠다. 샤리쥔은 그를 이 책의 마지막에 배치하면서, 정치적 각성과 존재의 투명성이 결합 된 ‘지고하고 순수한 죽음’으로 묘사한다. “도를 위해 죽는다”는 그의 선언은 희생이라기보다 ‘자기 존재의 마지막 형식’이었다.

『시간의 압력』은 오래된 과거를 다뤘지만,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압력은 단지 역사적 구속만이 아니라, 오늘의 인간에게도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기도 하다. 샤리쥔은 이 모든 인물을 통해 역사의 시간과 삶의 무게, 자아의 존재 형식에 대해 그 압력의 작용과 대응하는 굴곡과 밀도를 예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을 말하는 자는 있다. 고립된 내부고발자도 존재한다. 사회적 책임을 감수하는 언론인과 잊히고 싶은 과거를 기억해 내는 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굴원의 비애, 사마천의 치욕, 하완순의 결기를 오늘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사와 상앙처럼 체제의 기능이 된 이들 또한 존재한다. 권력의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며, 시스템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들. 우리는 자주 그들을 혼동한다. 겉으로는 모두 공적 언어를 말하지만, 어떤 언어는 침묵보다도 더 깊은 타락을 내포한다. 진실의 이름을 빌려 거짓을 말하고, 공정을 말하면서도 불평등을 설계하는 자들. 이들이야말로 현대의 ‘지록위마’를 감행하는 이사이며, 타인의 두려움을 재료 삼아 권력을 강화하는 상앙이다.


이 책은 그런 현실에 대한 경고이자 질문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압력 아래 있는가. 그리고 그 압력은 당신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샤리쥔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무릎 꿇은 채 살아남은 자, 무릎 꿇기를 거부하고 사라진 자, 그리고 고요하게 자리를 지킨 자. 먼저 나서서 악을 펼치는 자. 우리는 그들 사이에 서 있다. 진실이 반드시 선택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때론 진실은 미움받고 제거되며, 윤리는 체제에 의해 조롱당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이 책의 통찰과 증명은 절실하다.


『시간의 압력』은 단순한 인물의 서사가 아니라, 존재의 윤리에 대한 산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야말로 그 윤리가 다시 호출되어야 할 때다. 그래서 묻는다. “역사의 압력 속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오늘은 광복 80주년이다. /박선후 4.3영화 <내 이름은> 프로듀서 /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



박선후 교수. [출처: 제주의소리]



[기사 바로가기]

[기고] 시간의 곡률 안에서, 증명되는 존재들 [제주의소리]

  • 블로그로 공유하기
  • 원광디지털대학교 유투브
  • 현재페이지 url 복사
이전글, 다음글 목록 게시글의 이전글, 다음글 목록을 제공합니다.
이전글 인튜브·원광디지털대, ‘AI 학습분석 시스템’ 고도화 착수 2025-08-22
다음글 경찰학과 신이철 교수, “기동순찰대 효율적 운용 필요” 2025-08-22

콘텐츠 담당부서입학홍보팀

입학안내

입학상담안내 1588 - 2854 입학안내 1588 - 2854 전화상담 및 입학자료신청
News letter WDU의 생생한 소식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