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에 비친 WDU
| 제목 | 겨드랑이에 바람이 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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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4-12 | 조회수 | 1916 |
겨드랑이에 바람이 인다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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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부매일]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로움과 예의를 생각하게 하는 다도(茶道). 우리의 선인들은 정성스럽게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좋을 차를 마시는 과정을 통해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번뇌를 초월해 맑고 고요한 도(道)에 이르고자 했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는 시를 통해 "한 잔 차로 곧 참선이 시작된다"고 했고,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차 안에 진리와 명상의 기쁨이 녹아있다"고 예찬했다. 색(色), 향(香), 미(美)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차이야기'를 정지연 국제차예절교육원장에게 들어본다. / 편집자
지리산에 있는 작은 암자에서 봄소식이 전해왔다. 언제쯤이나 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던 햇차 였다. 급한 마음을 억누르며 상자를 열어 보았다. 가지런히 놓인 차 두 봉지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교육원에서 매년 차를 만들어 보는 현장학습이 있다. 상업적이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다가 상선암이라는 작은 암자에 갔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쌍계사 부근의 그곳은 지대가 높고 비포장인 도로가 협소하여 버스가 올라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작은 트럭의 뒤에 삽, 괭이, 호미가 되어 서로 부딪히며 올라왔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녹색의 차밭이 아득하게 그려진다.
햇차를 반기는지 물이 요란하게 끓어댄다. 연녹색의 여린 잎을 다관에 넣고 약간 식힌 물을 부었다. 화르르 퍼진 찻잎이 봄 햇살처럼 따사롭고 향기롭다. 한 모금 입안에 굴려본다. 아기의 살 냄새다. 매끄러운 것이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간다.
두 번째 잔을 우려 보았다. 참새의 혓바닥 같은 찻잎들이 삐죽삐죽 물 위로 올라온다. 연녹색의 수수한 단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뱃속이 뜨거워졌다. 한잔을 더 마셨다. 봄 향기가 내 몸속에서 물씬거린다. 쌉싸래한 카페인과 달짝지근한 아미노산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다. 등줄기에 땀이 나는 햇차를 마셔야 비로소 봄이 왔다고 느껴지는 나는 차 중독이지 싶다. 중국 당대에 '칠완다가(七碗茶歌)'로 유명해진 '노동'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곱 잔의 차를 마시고 몸의 변화와 느낌을 상세하게 표현했는데.
한 잔을 마시니 입술과 목구멍이 촉촉해진다.
두 잔을 마시니 외로움과 고민을 풀어준다.
석 잔을 마시니 마른 창자에 지식이 채워지고 영감이 떠오른다.
넷째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서 평생 불평스러웠던 일들이 땀구멍을 통해 다 빠져 나가고
다섯째 잔을 마시니 뼈마디가 시원해지고
여섯째 잔은 신선과 통하게 되고
일곱째 잔은 마시기도 전에 양 겨드랑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어난다고 했다.
차를 통해 우화등선(羽化登仙) 한다는 노동의 이야기다. 차의 물질적인 부분을 넘어 차를 마시는 사람의 정신세계와 차를 통해 신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지 싶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세 잔정도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노동'은 보는 사람이 없어도 의관을 정제하고 예를 갖추어 차를 마셨다. 요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차의 물질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면이 많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고요한 차의 진면목을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애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엽저의 빛깔이 연녹색으로 더 선명해졌다. 여린 잎을 나무 집게로 집어 보았다. 스님의 맑은 얼굴이 떠오른다. 새벽 먼동이 희미하게 지리산자락에 뿌려질 때부터, 붉은 석양빛이 온 산을 덮을 때 까지. 차를 따고, 덖고, 비비고, 말리는 과정을 수 없이 했을 것이다. 그 정성을 마셨다 생각하니 감사와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따사로운 봄날 오후에는 도반들과 차 마시고 함께 우화등선(羽化登仙)하리라. / 국제차예절교육원장
정지연 원장 약력
▶원광디지털대 한국문화학부 차문화경영학과 ▶대한불교조계종 수도원 다도예절 과정 2년 수료 ▶중국산동성차예절학교 중국다예사 심평사 과정 수료 ▶(사) 한국차문화협회 차문화예절지도사 ▶(사)한국전통예절교육협회 전통예절사 ▶청주문화원 다도 강사 ▶명선차연구회장 ▶효행 및 예절경연대회 심사위원 ▶다담선 대표

[출처: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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